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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음악저작권 신탁관리제도의 개혁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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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음악저작권 신탁관리제도의 개혁방향


 은행 면접시험과 대학가요제 출전이 겹쳤을 때 대학가요제를 택했던「산울림」의 큰 형 김창완에게 기자가 물었다. 왜 동생 창훈과 함께 끝까지「산울림」을 지키지 못했느냐고. 형은 답했다. 먹고살기가 어려웠노라고. 한 명이라도 직장을 가져야 했고, 자기만 남을 수 있었다고. 1970년대에 이미 50만장의 앨범을 판매한 천재적이며 동시에 대중적이기까지 했던 그「산울림」이 버티지 못한 이유가 애석하게도 ‘먹고살기가 힘들어서’였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엔 ‘저작권’의 개념도 없었고, 그 개념을 알았다한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었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더 많은 신화를 만들 수 있었던 음악가를 잃었다.


 지금은 창작자들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신탁 받아 창작자들이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음악 저작권 신탁 관리 단체’가 존재한다. 바로 국내 유일의 음악 저작권 신탁 관리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가 그것이다.


 우리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사이트에서 음악을 다운 받았을 때, KOMCA는 노래방과 음악사이트 사업주로부터 음악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하여 일정금액을 운영수수료로 제하고, 협회의 회원인 저작자들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KOMCA는 1988년 저작권법 제 105조에 의거, 위탁관리업 허가를 받아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 음악 시장의 96%에 해당하는 음원을 신탁관리하고 있다. 지난 20년 간 KOMCA는 국내 음악시장에서 저작권의 개념을 확립하고 창작자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하며 급속도로 성장해 왔다. KOMCA가 1년 동안 사용자로부터 징수하는 사용료는 850억 원, 운영수수료 수입만150억 원에 이르는 등 명실상부한 국내 유일의 음악 저작권신탁 관리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KOMCA는 몸집의 성장에 걸맞지 않게 전근대적인 징수·분배방식을 유지하고, 방만한 조직 운영을 해오면서 사용료 분배조작사건 및 부당 배분 등의 문제를 일으키며 안팎에서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제는 KOMCA의 무능력, 무사안일, 부정비리가 창작자는 물론 우리들 즉, 음악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점이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만큼 질 좋은 음악이 탄생할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고, 사용자는 그만큼 질 좋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다.


 KOMCA가 자정능력을 잃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독점’에 있다. 건전한 ‘경쟁’을 통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지 못한 KOMCA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낙후된 시스템에 안주하며 녹슬어 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저작권은 그 복잡성으로 인해 하나의 관리단체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독점에 의한 폐해가 효율성에서 오는 이점을 덮어버렸다면 그 ‘효율’은 설득력을 잃는다.


 현행 저작권법상(저작권법 제105조 제1항은 저작권신탁관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문화관광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로운 신탁관리단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신탁관리업자의 일정한 자격을 정하고 ‘저작권 신탁관리 업무에 관한규정’ 등을 제출할 의무 외에 다른 조건을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화관광부장관에게 허가에 관한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2008년 11월, 「음악저작권 산업 발전을 위한 신탁제도 개선방안」김기중,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
 ‘1저작권 1관리단체’라는 정책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정부로부터 제2, 제3의 단체가 ‘승인’을 얻기란 사실상 어렵다. 진입이 까다로운 ‘허가제’대신 일정 요건만 갖추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등록제’로 변경하여 제2, 제3의 단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경쟁의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지고 있는 지도, 감독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저작권법 제 108조 제 1항과 2항에 의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KOMCA에게 업무에 관한 내용을 보고하게 할 수 있으며, 업무에 대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 문화부는 년 1회 협회에 대해 업무점검을 실시하여 개선명령을 내리고, 협회가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시, 6월 이내의 업무정지처분과 허가취소, 폐쇄명령의 행정처분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음악 저작권 신탁 단체에게 업무정지, 허가취소, 폐쇄 등의 행정조치를 내리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만약 그러한 조치가 내려진다해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창작자와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되어있다.

 
 물론 KOMCA 내부의 개혁, 스스로의 개혁이 가장 좋은 방안이다. 그러나 그 내부 개혁이 어렵다면 외부적 충격이 있어야 한다. 앞서 서술한대로 ‘허가제’에서 ‘등록제’로의 전환을 통해 더 유능하고 건전한 단체가 저작권 관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
 또 정부의 적극적인 지도·감독으로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체계 구축, 중국 등 한류 영향권에 대한 해외 저작권료 징수 방안 마련 등 공세적인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저작권자 즉, 창작자들의 적극적인 자기 권리 주장과 음악소비자 주권 운동이 함께 진행되길 바란다. 결국 권리자, 소비자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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